2026.10.05
전시를 보러 나서는 데 입장권 가격이 부담이 될 때가 있습니다. 이번 칼럼에서는 관람료 없이 볼 수 있는 전시 일곱 곳을 모았습니다. 공모전과 현대미술 기획전, 영화 제목을 다루는 전시, 이슬람 미술 소장품전까지 성격이 서로 다릅니다. 대부분 이번 주와 다음 주 사이에 끝나니 일정과 관심사를 함께 견주어 고르시길 권합니다.
2026 제15회 향토문화미술대전
올해로 열다섯 번째를 맞은 향토문화미술대전으로, 공모를 거쳐 뽑힌 수상작을 중심으로 여러 출품작을 소개합니다. 전통문화에 바탕을 둔 예술을 일상 가까이에서 만나게 하고, 여러 세대가 함께 어울리는 자리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내세웁니다. 관람뿐 아니라 직접 작품을 만들어 볼 수 있는 체험 행사도 무료로 열려, 아이와 함께 가는 가족 단위 관람객에게도 맞을 만합니다. 무료 관람과 무료 체험이 함께 있다는 점에서 이번 주제에 잘 들어맞는 행사입니다.
2026 현대미술 기획전 [서로를 모르지만 같은 밤을 지난다]
영등포구와 영등포문화재단이 주최·주관하는 현대미술 기획전으로, 영등포 타임스퀘어 지하 2층의 영등포아트스퀘어에서 열립니다. 레이지비디오, 조민아, 황귀영 등 열 팀의 작가가 참여하고, 비평가 다섯 명도 참여자로 이름을 올렸다는 점이 구성상의 특징입니다. 구체적인 주제와 작품 구성은 공개 자료에 자세히 나와 있지 않아, 동시대 작가들의 작업을 열린 마음으로 둘러보고 싶은 분께 어울립니다. 쇼핑몰 안에 있는 전시장이라 다른 일정과 함께 무료로 들르기 좋은 선택지입니다.
제목전(展)
한국영화박물관이 영화의 이름, 곧 제목에 초점을 맞춰 기획한 전시입니다. 1919년부터 2025년까지 공개된 한국영화 약 8,400편의 제목을 키워드별로 다시 배열하고, 자주 쓰인 단어와 젠더, 색채, 문장 구조 같은 기준으로 한국영화사를 새롭게 읽어 봅니다. 오프닝 타이틀의 움직임, 포스터와 전단의 서체, 한글의 조형미도 함께 다루며, 감독과 그래픽 디자이너가 영화 제목을 재해석한 영상 작업도 소개됩니다. 영화와 타이포그래피에 관심 있는 분이라면 비용 부담 없이 오래 머물며 살펴볼 만한 전시입니다.
차계남 개인전 《One Day, Perhaps…》
섬유, 사이잘 마, 한지, 먹처럼 연약한 재료로 단단한 형태를 만들어 온 차계남 작가의 작업을 돌아보는 개인전입니다. 사이잘 마를 물들이고 굳혀 스스로 서는 구조로 만든 초기 작업부터, 글귀를 먹으로 쓴 한지를 꼬아 한 가닥씩 붙여 나간 2000년대 이후의 흑백 화면까지 살펴볼 수 있습니다. 주최 측은 이번 전시를 회고를 넘어 작품이 지금 어떤 의미를 얻는지 살피는 자리로 소개합니다. 재료와 반복의 과정에 관심 있는 분, 조용한 갤러리 관람을 원하는 분께 맞는 무료 전시입니다.
GRACE
갤러리바톤이 공간을 넓혀 옮긴 뒤 처음 선보이는 재개관 전시로, 갤러리와 함께해 온 작가들의 대표작과 최근작을 두 개 층에 함께 놓았습니다. 고 전국광의 1987년 조각, 리암 길릭과 조나단 몽크의 신작, 허달재와 빈우혁의 풍경, 리너스 반 데 벨데의 대형 목탄 회화, 노에미 구달의 영상 등 국내외 작가의 회화·조각·영상을 아우릅니다. 한자리에서 여러 매체와 작업 방식을 비교해 보고 싶은 분께 어울립니다. 다양한 작가를 무료로 두루 만날 수 있다는 점이 이번 주제와 맞닿습니다.
플레이 라운지 《어쩌면 우리에게 더 멋진 일이 있을지도 몰라》
서서울미술관의 플레이 라운지는 작품 곁에 편히 머물며 자기 속도로 시간을 보내도록 마련된 공간입니다. 이번에는 이우성 작가가 파도를 1,969장의 그림으로 그려 이어 붙인 2021년 애니메이션 영상 한 점을 소개합니다. 피아노 음악과 영상의 길이가 달라 둘이 만나는 지점이 볼 때마다 바뀌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많은 작품을 훑기보다 한 작품 앞에서 천천히 쉬어 가고 싶은 분께 맞는 무료 공간입니다.
이슬람 미술, 찬란한 빛의 여정
국립중앙박물관과 카타르 도하 이슬람예술박물관이 함께 주최하는 전시로, 도하 이슬람예술박물관 소장품 83점을 통해 7세기부터 19세기까지 이슬람 미술의 흐름을 살펴봅니다. 쿠란 필사본, 세밀화, 여러 공예품이 출품되었고, 교역과 교류 속에서 여러 지역의 문화를 받아들이며 형성된 이슬람 문화의 성격에 주목합니다. 국내에서 접할 기회가 많지 않은 이슬람 미술을 해외 기관 소장품으로 무료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다른 문화권의 미술과 역사에 관심 있는 분께 권할 만합니다.
관람 전에 알아 두면 좋은 것
향토문화미술대전은 10월 5일, 영등포아트스퀘어 기획전은 10월 6일에 끝나므로 일정이 촉박합니다. 퇴근 뒤 관람을 생각한다면 수요일과 토요일 밤 9시까지 여는 국립중앙박물관 이슬람실, 평일 저녁 7시까지 여는 서서울미술관 플레이 라운지를 눈여겨볼 만합니다. 영등포아트스퀘어는 입장 마감이 오후 5시 45분이며, 관람 시간 정보가 없는 곳도 있으니 방문 전 각 기관의 공식 안내를 꼭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관람료가 없다는 공통점 아래 지역 공모전부터 해외 소장품전까지 결이 다른 전시가 모였습니다. 관심 있는 분야와 남은 기간을 기준으로 한두 곳을 골라 보시면 좋겠습니다.